현재 방영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현재와 미래의 예능을 진단했습니다.
지난 9일 방영한 MBC <무한도전-예능총회>는 <무한도전>만 할 수 있었던 특집이었습니다.
예고된 대로 <무한도전-예능총회>에 등장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쟁쟁했습니다.
예능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경규부터 김구라, 김성주, 그리고 2015년 예능계 샛별인 서장훈, 유재환,
박나래까지. <무한도전> 멤버들을 포함해 2015년 대한민국 예능을 빛낸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것만으로도 <무한도전-예능총회>는 수많은 예능팬들에게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010916 무한도전 - 예능 총회
영상링크▶ http://goo.gl/BZNyiD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복면가왕>,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등 올 한해 방송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이들이 <무한도전-예능총회>에 모인 것은 자신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해 대한민국 예능의 현주소를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능 현장을 몸으로 부닥치는 이들이 예능을 바라보는 비교적 솔직한 생각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그 과정에 나온 말 중에서 귀를 쫑긋하게 할만한 견해는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예능총회>는 애초에 예능인들에게서 예능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을 기대하고 마련한 특집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예능인들이 <무한도전>을 계기로 대한민국 예능을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 이경규, 김구라 등 여타 예능인 중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 대거 등장하다 보니, <무한도전-예능총회>는 흡사 회사 임직원, 사외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무한도전-무한상사>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했습니다.
가장 독보적인 캐릭터는 36년 관록에 빛나는 이경규였습니다. 한동안 특유의 호통과 버럭을 버리고 온화한
진행으로 일관하던 이경규는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시종일관 버럭하며 <무한도전>을 좌지우지했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녹화 내내 소리만 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40년 가까이 한국 예능의 산 증인으로 살아온 만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능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예능계의 대선배로서 권위를
내세우면서도, 때로는 후배에게 꼬리를 내리며 져줄 줄 아는 이경규의 모습을 보며 왜 그가 36년 동안 정상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예능인이 예능 프로그램의
현재와 미래를 논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자리였지만, 결국 <무한도전-예능총회>는 그간 <무한도전>이 틈나는
대로 행해 왔던, 예능인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스타로 발돋움하게 하는 특집의 연속 선상이었습니다.
이전에 <무한도전>이 해왔던 예능 샛별 발굴 프로젝트와 달리, 이번에 주목받은 이경규와 김구라는 이미
누구나 다 인정하는 스타고, 예능계의 거물이지만 <무한도전>은 너무나도 잘 알려졌기에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운 예능인들의 장점을 주목하고, 다시 한 번 화제의 중심에 올리고자 했습니다.
그동안 방송에서 호통을 자제했던 이경규가 <무한도전-예능총회>에서 박명수도 울고 갈 원조 버럭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이끌어간 것도 이 때문. 이경규가 최고의 예능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최신 트렌드에는 일일이 대처하기 어려운 나이로 접어든 그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경규는 현재 지상파에서 KBS 2TV <나를 돌아봐>에만 출연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희화화하면서
어떻게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 위한 열정을 보여 줍니다.
비록 이경규와 김구라의 막강 입담에 가려지긴 했지만, 최근 JTBC <님과 함께2>를 통해 '센 언니' 캐릭터로 주목받는
김숙은 여성 예능인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는 현 방송계에 대해서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육아와 쿡방에 쏠려 있는 동안 아이도 없고, 요리도 못 해서 방송에 나올 수 없는 예능 유망주들이 주목받을
기회라도 제공한 것은 그래도 <무한도전>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였다. 지난 2015년만 해도 서장훈,
강균성, 유재환, 심형탁 등 많은 예능 샛별을 발굴한 <무한도전>은 개그맨으로서 꾸준히 활동했지만 쉽사리 잠재력이
터지지 않았던 김영철, 박나래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일등 공신이기도 합니다.
예능인들이 다시 주목받을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 이미 11년 장수 대한민국 대표 예능으로 우뚝 솟은 <무한도전>은
그렇게 예능을 넘어선 또 하나의 예능을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010916 무한도전 - 예능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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