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6회
강력범, 그들의 위험한 출소
2010년 8월, 단란했던 가정이 산산조각 났다. ‘웃음소리가 나를 비웃는 것 같다’며 가
정집에 난입해 가족을 향해 망치와 칼을 휘두른 ‘신정동 옥탑방 살인사건’. 범인은 14
년 간 복역 후 교도소 출소 3개월 만에 이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경찰
서 관내 특수범죄자 관리대상에 그의 이름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강력 범죄
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범죄자의 교정・교화와 재범방지 시스템은 제
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 [PD수첩]에서 취재했다.
101315 PD수첩 -강력범, 그들의 위험한 출소
영상링크▶ http://goo.gl/9JVjB9
■ 죗값을 치르며 진화하는 괴물
지난 9월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주택가. 불타고 있는 차량의 트렁크에서 30대 여성
의 시신이 발견 됐다. 마트 주차장에서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김일
곤. 전과 22범, 18년간의 수감생활동안 교화 되지 않고 오히려 범죄가 진화된 이유
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의 ‘반사회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가정에서 만들어
지지 않은 사회성이 이후 학교와 사회 그리고 교도소 출소 전까지도 갖춰지지 않았
을 것이라는 것. 그가 죄에 합당한 벌을 받고 교화되어 ‘괴물’이 아닌 건강한 이웃으
로 돌아올 수는 없었을까? PD수첩 제작진은 직접 그의 고향, 가족, 친구를 찾아 어
릴 적부터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까지의 행적을 따라가 봤다.
"전기가 끊겨가지고 두달 간 깜깜한데서 지냈다고 하더라고. 나중에 나갈 때, 또
주인하고 대판 싸워서. 그 전기세 20만원 안내기 위해서 X발하면서 주인하고 멱살
잡고 싸우는 거야.."
- 김일곤 옛 이웃
“교통사고 나서 내가 병원에 입원시켜줬는데. 전화가 오는 거예요 수술한 후에.
여기 OO 병원인데. 환자가 힘들게 한다. 주사줄 빼고 물 버리고, 의사랑 간호사한테
물 뿌리고. 몇 번 그러더라고요.“
- 김일곤이 일했던 가게 사장
김일곤과 같이 충동적 성향을 갖고, 비면식 관계에서 잔인하게 저지른 범죄는 또 있
었다. 여행객이 많은 제주도의 한 버스정류장. 가지런히 놓인 운동화 속에서 발견된
사람의 손목!? 2012년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제주도 올레길 살인사건’. 범인은
사건 당시 분노가 폭발해 기억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복역 중인 그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교도소 내에서 치료를 원했으나 일회성의 미술 치
료 외엔 이렇다 할 프로그램이 없었다는데... 3년째 치료 되지 않은 충동성은, 교도
소 내 폭행문제로 이어지고 있었다. 국가에서 정신 치료의 필요성을 인정 했으나 현
행법상으로는 여전히 방치 중인 상황. 그가 23년 후 만기출소 해 재범을 저지르지 않
을지는 미지수이다.
“(변호사님이)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고 말씀 해주시더라고요. 전 기억을 못하고
있었는데. 욱하면 순간적으로 터져서 (범행)기억을 못해버리더라고요.“
- 제주 올레길 살인사건 범인
■ 구멍 뚫린 출소자 관리
사회로 쏟아져 나온 많은 출소자들은 전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어렵지 않게 그들
을 만날 수 있었다. 생계형 절도와 폭행, 성폭행, 업무 방해, 벌금 누적으로 인한 노
역 등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죄목은 다양했다.
“백에 구십은 전부다 자기 잡아넣은 사람 가만 안둔다. 새사람이 되겠다곤 안하
고 다들 나가기만 해봐라. 복수심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나가면 딱 재범이 되지. …
교도관들 알면서도 그냥 모른척하는거야. 맨날 들락날락하는 저것들 인간도 아니다
그런 취급해버리는거지.“ - 전과자 최모 씨
“그 안에서 가둬놨다가 막상 풀어놓고 나몰라라 하니까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거예요“
- 전과자 윤모 씨.
그런데 취재 도중 알게 된 중요한 사실. 우리나라는 강력 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
한 ‘우범자 관리’가 경찰 내부 지침에만 있을 뿐, 기본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면 현재까지 출소자 관리는 어떻게 되고 있던 걸까?
만기출소자들은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소’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교도소에서 석방
통보서를 받은 관할 경찰서가 자체적으로 우범자 등급을 나눠 첩보를 수집한다. 하
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인권침해의 우려로
직접 만나기도 어렵고 심지어 과거 범죄 내용도 제대로 알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경찰과 법무부가 공조되지 않아 우범자를 놓치는 일이 발생한다
는 것. 2012년 8월 서울 중곡동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 하려다 살해한 전과 11범의
서진환도 그렇게 놓친 ‘괴물’이었다. 그는 1차 가택침입 성폭행 범죄 이후, 경찰과 법
무부가 DNA와 전자발찌 시스템 연계에 실패하며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 13일 만에
동일 방법으로 성폭행 및 살인을 저질렀다. 관계 기관들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
권다툼하며 우범자 관리 시스템을 일원화시키지 않은 탓이었다.
“ 생명과 직결된 문제에 이권다툼으로 인한 이원화된 시스템은 말도 안 되는 거
죠. 과연, ‘보호관찰법의 목적’인 재범방지와 국민의 안전보장을 제대로 지키고 있느
냐...”
- 중곡동 주부 살인 사건 피해자 측 변호사
■ 제 2의 트렁크 살인사건을 막으려면?
강력 범죄로 골머리를 앓던 영국은 2003년 경찰, 법무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
가족부등 모든 유관기관들이 직접 우범자 지원과 관리에 참여하는 마파(MAPPA)제
도를 도입했다. 맞춤형 교화 시스템으로 인해 도입 5년 만에 재범률이 높은 강력범죄
자의 수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또한 범죄자 치료는 우리가 범죄위험에서 벗어날 뿐
만 아니라 실제로 세금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범
죄자들의 ‘인지행동 치료프로그램’에 들이는 비용은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 대비
약 26배 이득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형사・사법처리의 최종 목적이 ‘교도소 수감’이 아닌,
‘재범을 저지르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제2의 김일곤을 막기 위
해 교정시설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가 준비할 것은 무엇일까? 1056
회 [PD수첩]에서는 강력 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한 시스템을 집중 점검하고 대안을
고민해본다.
101315 PD수첩 -강력범, 그들의 위험한 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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