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4회 공포의 고기잡이, 한국어선 잔혹사 1부
■ 한 인도네시아 선원의 마지막 출항
지난 2월 14일 오전, 제주 서귀포 해양경찰서로 한 통의 신고전화가 들어왔다.
선장이 자신의 배에 탄 외국인 선원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숨을 쉬지 않는다며 해경
에 구조요청을 한 것이다.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그는 결국 사망했다. 승선한지 단
10일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사건은 단순변사로 일단락되는 듯 했는데..
102814 PD수첩 - 고기 잡는 이방인, 얼마나 맞아야 폭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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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나 다리에 많은 멍 자국이 발견되고 그 후에 또 진술을 보니까 선원침실이
아니라 선체창고에서 잠을 잤다고 하더라고요. 그 진술을 봐가지고 구타나 폭행에
의한 의구심이 들어가지고..
- 서귀포 해양경찰서 사건 담당 형사
그의 시신은 단순변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죽은 그의 온 몸에서 많
은 멍 자국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에 경찰은 폭력을 의심하고 당시 동료 선원들
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입을 모아 자
신은 때린 적도, 때리는 걸 본 적도 없다고 했다. 죽은 그의 가족도 친구들도 그가
왜, 어떤 이유로 죽었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아무도 진실을 얘기해 주지 않으려
할 때, 단 한 사람. 죽은 그의 유일한 인도네시아 동료 선원만이 조심스럽게 자신이
본 일에 대해 털어놓았다.
■ 선상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폭력
제일 심한 건 갈치를 구분할 때 맞은 거에요. 제가 구분을 잘 못해서 그가 양손으
로 두 마리 생선을 들어서 때렸어요. 제가 얼굴을 가리려고 손을 올렸는데 생선을..
피도 났어요
- 한국 선원
한국의 선원들은 안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폭력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외
국인 선원들은 말한다. 위험한 상황도 맞을만한 일도 아니었다고. 그들은 일상적으
로 그리고 사소한 이유로 폭행을 당한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외국인 선원
을 상대로 폭언을 들은 이유를 설문조사 한 결과 가장 많은 대답은 한국말을 못 알
아 들어서 또는 단지 외국인이어서였다. 그들은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자신
이 잡은 생선으로 머리를 맞기도 하고 물에 젖은 장갑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가 목이
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가 없다. 여권과 통장을 비롯
한 모든 서류들이 고용주에게 압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에 온 그들은 이제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그들은 오늘도 고향에 있는 가족들만
을 생각하며 공포의 배에 몸을 싣는다.
■ 오양75호는 왜 노예선으로 불렸는가
2011년 6월, 한국 원양어선 오양75호가 뉴질랜드 해역에 도착하자 32명의 인도네시
아 선원들이 줄지어 배를 탈출했다. 세계 원양어선 역사상 집단탈출은 유래 없는 일
이었다. 도대체 그들은 왜, 그 새벽에 배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던 걸
까.
우리는 노예였다. 일반 노동자들은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배에 타고 나면 우리는 갇히게 된다. 현대판 노예선에 갇히는 것이다.
- 오클랜드 대학 오양75호 보고서 中
배에 탄 순간 그들의 인권은 바다에 버려졌다. 32명의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오양75
호에서의 노동착취 및 인권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탈출한 것이다. 오양75호 사건은
그간 바다 위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한국국적선의 인권유린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당시 뉴질랜드 언론은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고, 오클랜드 대학과 정부
차원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오양75호’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노동 착취, 인권 침해 등의 문제는 오로지 한국 국적
선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며 뉴질랜드 해역에서 조업 중인 다른 나라의 배에서
는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국무부
가 발표한 ‘2011년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 노예노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실리며 국
제적인 망신을 초래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선상에서의 노동 착취 및 인권 침해는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배 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 에서 그 실태를 취재해 보았다
102814 PD수첩 - 고기 잡는 이방인, 얼마나 맞아야 폭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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