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의 SOS, 거리를 헤매는 산모들
101814 추적60분 - 신생아의 SOS, 거리를 헤매는 산모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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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아기들이 있다. 2.5kg 미만의 저체중 신생아. 그들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차지하기 위한 생사를 건 경쟁을 시작한다.
<추적 60분>은 병원들이 쉽사리 공개하지 않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72시간동안 밀착해 카메라에 담아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북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관찰, 그동안 우리 관심에서 멀어져 있던 신생아 집중치료실의 숨 가쁘고 절박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 860g 초극소미숙아 다혜의 운명
‘처음에는 너무 화가 났어요.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났으면, 그 때 태어났으면
건강했을 텐데 그런 미안함을 늘 갖고 있죠.‘
다혜 엄마, 윤연지씨 (가명)
4년 전, 임신 25주차에 태어난 860g의 초극소미숙아 다혜. 석 달 빨리 세상에 나온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생사를 넘나드는 사투를 시작한다. 다혜를 받아줄 수 있는 병원이 주변에 없었던 것. 1분 1초가 급박한 상황에서 결국 아기와 산모는 2시간 거리의 병원으로 이동했다. 다혜는 기적적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뇌병변 1급 판정을 받고 기약 없는 재활에 매달리고 있다.
다혜가 겪었던 ‘병실 찾기 삼만 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한 달 전, 임신 24주차에 쌍둥이를 조산한 안미영(가명)씨. 신생아 집중 치료실을 찾아 충주에서 원주로, 다시 분당으로 6시간을 헤매다 간신히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쌍둥이 중 동생은 출산 이틀 만에 사망했다.
■ 신생아 집중치료실 24시-부족한 병실과 장비, 아기와 산모들의 무한경쟁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 아이도 다 그런 이유로 사망을 하거든요.
답답한 게 그런 겁니다.
-전북대 신생아 집중치료실, 김진규 교수
전라도 강원도에서 알아보다가 자리 없어서 물어물어 여기까지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아기들이 꽤 안 좋은 상태까지 간 다음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서울대 신생아집중치료실, 이주영 교수
지금 현재 많이 노력하고 있어도 적어도 한 2,000명 이상의 애들은
(제대로 시설 및 장비가 갖춰졌다면)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삼성의료원 신생아집중치료실, 박원순 교수
최근 병상 수를 2.5배 늘린 전북대 신생아집중치료실. 하지만 병상수를 초과해서 아기들이 몰리는 일은 여전하다. 응급실을 통해서, 갑작스런 분만을 통해서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찾은 아기들. 생명이 위태로운 아기들을 병상이 부족해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 명의 아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의료진은 상태가 조금 더 나은 아기의 장비를 떼어 더 위독한 아기에게 달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양산부산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신생아 외과수술이 가능한 경남 서부권의 유일한 병원이다. 당연히 수술이 필요한 아기들은 부산대병원으로 몰린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들어오는 미숙아 전원문의, 이곳에서 받지 못하면 아이들은 전국을 떠돌아야 한다. 때문에 의료진은 받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성인 병실에서 어떻게든 장비를 빌리기 위해 애쓴다.
양산부산대병원에는 서울에서 온 아기가, 반대로 분당서울대병원에는 강원도 고성, 경북 영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아기들로 가득하다. 병실이 없어 병원 세 곳을 전전한 산모도 있다.
■ 우리는 왜 미숙아를 보호하지 못하는가
1000g 미만 아이가 많이 늘었더라고요. 적자 폭을 그래프로 같이 그려봤거든요.
그려봤더니 환자는 늘었는데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요.
-분당서울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최창원 교수
한 2년 전부터 계속해서 신생아 전문의를 뽑으려고 계속 권고를 내고 했었습니다.
아직까진 지원자가 없는 상태이고요.
-제주대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 김영돈 교수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노동집약적이다. 말 못하는 아기를 24시간 관찰해야 하다 보니 의료진 투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숙아들의 신체상황에 맞게 특수 제작된 장비들은 일반 의료장비 보다 2-3배 비싸다. 1억이 넘는 인공호흡기도 있다. 자연히 초기 투자비용이 다른 병실에 비해 높다. 하지만 수익은 낮다. 미숙아들은 한 번 입원하면 최소 3-4개월 동안 입원하기 때문에 병상 회전율이 매우 낮다. 결국, 중환자 입원 수가는 낮고 인력은 24시간 풀가동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돈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료진은 미세한 아이의 신체 상태를 24시간 긴장해서 관찰해야 하는 상황. 당직도 많고 위험한 환자를 돌봐야 해, 신생아 전문의는 소아과 전공의 사이에서 대표적인 기피 영역으로 불린다. 간호사는 더욱 힘들어한다. 경력이 쌓일 때쯤 그만두는 간호사가 늘어난다. 지방은 더욱 열악하다. 신생아 전문의를 찾지 못한 병원은 물론, 신생아 전문의 혼자 4년 동안 24시간 365일 병원을 지키는 곳도 있다.
■ 우리도 일본처럼 해야 한다.
연간 1천만 엔(1억 원)을 현에서 보조금으로 받습니다.
보조금은 현민의 세금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것에 대해 나가노 현 사람들은 납득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우리 세금으로 아이들을 구해야 하니까요.
-나가노현립 어린이병원 의료센터장, 나카무라 토모히고
일종의 안전장치라고 할까. 이 나라는 어디서 아기를 낳든지
우리 애는 최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 상황 조성이 필요하겠죠.
-손동우 신생아 전문의
일본 나가노 현립병원의 신생아집중치료실은 6천만 엔(6억 원)이 넘는 닥터카를 보유하고 있다. ‘닥터카’는 이송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해 미숙아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비다. 일본은 더 나아가 주산기센터라 불리는 산모와 태아를 통합해서 치료 관리하는 시설을 대폭 늘렸다. 물론 일본에서도 신생아 의료분야가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병원의 적자를 덜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고, 중증 미숙아에 대한 수가를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2008년부터 보건복지부도 신생아집중치료실 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올해 약 20억 원의 예산이 줄어들었다. 고위험 산모 통합 치료 지원금을 포함해도 11억 가까이가 줄어든 것이다.일본 정부와 달리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 정부. 모든 신생아가 안전하게 태어날 수 있는 권리를 지켜주는 것, 산모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일, 그것이 곧 저출산 시대에 국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의무임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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