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141014 PD수첩 구멍난 해외자원 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1012회 다시보기

1012회 구멍 난 해외자원개발 - 사라진 나랏돈 2조 원

# 1조 3천억 원 매입 회사를 900억 원에··· 석유공사의 밑 빠진 장사

2014년 8월 1일,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에 소유하고 있던 자회사 날(NARL) 매각을
발표했다. 날(NARL)은 2008년부터 MB정부가 추진한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일환으
로 매입했던 정유회사다. 정확한 금액은 극비에 부쳐졌지만, 정치권에는 매각 금액
이 약 900억 원이라 전해진다. 5년 전, 약 1조 3493억 원에 인수했던 시설임을 감안하
면 이는 1/10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101414 PD수첩 -구멍 난 해외 자원개발 - 사라진 나랏돈 2조 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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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사건 사고나 현안을 취재하는 탐사다큐로 생생이슈와 심층취재로 구성된 시사프로그램이다.

 

그간 날(NARL) 운영에서 얻은 적자 약 8천억 원까지 포함하면 한국석유공사가 손실
한 금액은 약 2조 원. 게다가 인수 직전인 2008년을 기점으로 한국석유공사의 부채
는 약 13조 원 가량 늘어 2013년 현재 약 18조 5천억 원에, 하루 이자만도 약 13억 원
이다.

MB정부에서 주력했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이 가져 온 막대한 손실은 한국석유공사만
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와 한국광물
자원공사 또한 투자 및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부채만 껴안은 채 현재 매각 검토 중
인 사례가 여러 건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발표한 독자신용등급에 따르
면, 이들 에너지 공기업 3사가 최근 2~3년 사이에 ‘투자주의대상’으로 전락했다. 경
기가 악화될 경우, 공기업의 부채가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
들은 우려한다.

날(NARL)의 인수가 한국석유공사에게 어떻게 약 2조 원의 손실을 가져왔는지, 해외
자원개발사업이 막대한 부채를 불러온 원인은 과연 무엇인지 [PD수첩]에서 취재했
다.


# 석유공사만 몰랐던 진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캐나다 사람들은 ‘봉 잡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계약 건에 관해서 여기 웬만한 오일 관련된 사람들은 내용을 다 알고 있었거든
요. (...) 좀 더 점검이 되고 그 가치가 평가돼서 정상적인 계약이 됐어야 하는데...”
- 함원태 캐나다 캘거리 기술자협회 회장 INT

2009년 10월 21일,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의 원유회사 하베스트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금액이 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해외 M&A 통해 글로벌 에너
지 기업 변신’ ‘에너지 자원 확보의 쾌거’ 등 국내 언론에선 일제히 찬사를 보냈지만,
국외의 시선은 달랐다.

캐나다 현지 매체인 <캘거리 헤럴드>는 인수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인들은 대체 무
슨 생각이었나?(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 란 제하의 칼럼을 실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한국석유공사로부터 하베스트가 받은 매각 금액에 대해 ‘신이 내
린 선물(godsend)’이라 비꼬기도 했다.

당시 하베스트는 부채비율이 약 2000%에 달하는 부실기업이었다. 동반 인수하기로
결정한, 하베스트의 자회사인 정유회사 날(NARL)은 정제부문 마진 감소와 낙후된
시설로 자금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석유공사는 캐나다 증시 거래
가의 약 47%를 더 얹은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2조 4천억 원의 부채 상환이란
조건까지 붙여 계약을 체결했다.

부실기업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적극적으로 하베스트 인수에 나섰
던 이유는 무엇일까? [PD수첩]은 캐나다 현지에서 존 자하리 당시 하베스트 CEO
를 직접 만나 2009년 인수 당시의 상황을 들어보았다.


# 1주일 협상이 불러온 2조 원 손실

“작은 비즈니스를 인수하고 팔고 할 때에도 그것에 대해서 좀 더 조사를 해야 하
고,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그렇게 않고 바로 어떻게 이렇게, 하루 만에 카운
트 오퍼(count offer: 가격 수정요구)가 가능한지, 그거는 굉장히 흔하지 않은 이례적
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김동섭 캐나다 M&A 전문 변호사 INT

2012년 4월, 감사원은 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를 위
한 경제성 평가가 졸속으로 이뤄졌음을 지적했다. 본 계획에 없었던 날(NARL) 인수
가 검토되면서 발생한 문제다.

90여 일의 검토 끝에 하베스트 인수 계약을 목전에 둔 2009년 10월 14일, 하베스트
이사회는 협상안을 부결시켰다. 유가 상승 및 캐나다 자금 시장의 호전이 이유였다.
바로 다음 날 하베스트를 찾아간 한국석유공사는 날(NARL) 동반 인수를 제안 받았
다. 본래 협상 가격은 약 3조 1500억 원. 그러나 하베스트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최종 계약 금액은 약 4조 5천억 원으로 약 1조 3500억 원의 추가 지출이 불가피했다.
이를 결정하는 데 소요된 기간은 고작 1주일이었다.

더욱이 날(NARL)의 경제성 평가 기간은 단 5일이었다. 감사원은 평가를 진행한 메
릴린치사의 보고서 결과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석유공사가 법인세 및 배당소득
세를 비용 항목에서 누락하는 등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날(NARL)의 경제성이 부풀
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석유공사는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현장실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석유공사는 보고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10월 21일, 메릴린치
사가 내놓은 평가금액에 약 1천억 원을 더 보탠 약 4조 5천억 원으로 최종 인수 계약
을 체결했다.

단기간 내에 이뤄진 협상 과정 속에 비판과 견제의 목소리는 없었다. 통상 이사회의
사전승인이 원칙인데도 한국석유공사는 ‘이사회 사후승인’을 조건으로 계약을 추진
했다. 이사회는 계약이 체결된 다음인 10월29일에서야 열렸다. 승인하지 않는다면
위약금 1천억 원을 고스란히 날릴 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5년 후, ‘약 2조 원 손실’
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 사라진 2조 원, 그리고 MB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그 분은 말단인데 꼬리 자르기란 생각이 많이 들죠. 그런데 어차피 우리 사회가
그런 것 아닌가요? 정작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책임지지 않잖아요.”
- 전직 한국석유공사 직원 INT

2008년 3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지식경제부 업무보고에서 ‘석유공사 규모를 5배
는 키워야 한다’는 대형화 전략을 지시했다. 2008년 6월, 지식경제부는 한국석유공사
의 규모를 6배로 키우겠다는 목표와 함께 총 19조 원을 투입할 방침이라 발표했다.
이에 발 맞춰 2008년 8월, 새롭게 취임한 강영원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2012년까지 원
유 하루 생산량 30만 배럴, 매장량 20억 배럴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GREAT KNOC
3020’ 비전을 제시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하베스트 인수는 그 실천의 일환이었다. 그
러나 그 비전은 달성하지 못한 채, 2014년 현재 한국석유공사는 약 18조 5천억 원의
부채, 하루 이자만도 약 13억 원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국석유공사만의 상황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
업의 막대한 부채 문제를 두고 감사원은 2008년 이후 확대된 해외자원개발투자가 주
요 원인이라 분석했다. 지난 정부에서 이뤄졌던 해외 투자를 현 정부는 ‘방만한 경영’
이라 일컬으며 공기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상황. [PD수첩]이 만난 공기업 직원들은
정권마다 정책이 뒤바뀌기에 발생하는 졸속 투자와 그로 인한 손실이란 악순환을 지
적했다.

이미 정권은 바뀌었고, 당시 투자를 진행했던 경영진은 일선을 떠난 지 오래다. 그들
이 쌓아두고 떠난 막대한 부채는 뒤에 남은 공기업 직원들, 그리고 국민들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겨졌다.

101414 PD수첩 -구멍 난 해외 자원개발 - 사라진 나랏돈 2조 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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