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과 보물 사이
- 동묘 벼룩시장
방송 : 2014년 11월 2일 (일) 밤 11시 10분 KBS 2TV
110214 다큐3일 - 고물과 보물 사이 - 동묘 벼룩시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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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진공라디오에서부터, 최신 트랜드의 가방까지.
사연 가득한 물건들 만큼이나,
만가지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묘시장.
이곳에서 기억을 만지고 추억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3일입니다.
■ 도심 속 보물섬
600개가 넘는 좌판이 펼쳐져있는 시장 어귀, 상인들의 호객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옷 한 벌에 천 원, 2천원! 잘 골라서 명품을 찾아가세요~’.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동묘벼룩시장.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보물 찾기 전쟁이 한창이다.높이 쌓아 올려진 구제옷더미 속에서 질 좋은 명품 옷을 찾아내면 그야 말로 횡재. 백화점에서 10만원에 팔리고 있는 브랜드 옷을 단 돈 2천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구제 옷 외에도 ‘아저씨가 먹으면 요강이 깨진다’는 정체 모를 건강식품부터,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인 오래된 LP판, 낡은 헌 책, 전자기기, 골동품 등 진귀한 물건들을 좌판에 펼져놓고 파는 동묘시장은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시장이다.
60대 노인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곳은 이미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누군가에게 필요를 다한 고물이 어떤 이에겐 더없이 소중한 보물이 되는 곳 동묘시장. 도심 속 숨은 보물섬에서 보낸 3일의 이야기다.
‘말하자면,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줍는 거죠.
이런 허름한 벼룩시장에 오면,
내 마음에 쏙 드는 싸고 귀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 오승모 (71세) -
■ 고물 시장, 보물 인생
분주한 시장 골목길, 교복을 입은 채 구제 옷을 파는 중년의 상인이 눈에 띈다. 손님들이 옛 추억을 생각하며 가게를 찾길 바라는 마음에 오래된 교복을 꺼내 입었다는 57세의 조평하 씨.
그에게 동묘시장은 제 2의 인생이 시작된 곳이다. 약 30년간 양복을 만들어왔다는 조평하 씨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직장을 잃었다.
방황하던 그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준 곳이 바로 이 동묘시장이다. 자랑할 수 있는 것이 옷 만지는 재주였던 조평하 씨가 선택한 직업은 구제 옷 노점상. 조평하 씨는 본인의 좌판에서 구입한 구제 옷을 입고 다시 찾아오는 손님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 스스로를 동묘 고등학교 3학년이라 소개하는 조평하 씨. 그의 인생은 동묘시장에서 여전히 재학 중이다.
‘구제 옷이라고 해서 나쁜 것은 아니에요.
누구나 백화점이나 아울렛에서 산 옷을 소중히 입다가,
깨끗이 빨아 장롱에 넣어 놓잖아요.
그러다 갑자기 싫증이 난다든지 하면 내 놓게 되죠.
내놓으면 우리가 그걸 가져다가 새로 생명을 불어넣어준다고 그럴까
옷의 생명이 연장 되는 거죠’
- 조평하 (57세) -
■ 길 위의 아버지들
상점들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 되면, 동묘시장에 자리 잡은 좌판가게들은 두 배로 늘어난다.
좁다란 골목 한편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철호 씨 또한 주말에만 만물장사를 하는 노점 상인이다. 장사 수완이 유난히 좋아, 한번 기웃거리는 손님은 놓치지 않고 뚝딱뚝딱 물건을 팔아 치운다.
능숙해 보이는 장철호 씨는 사실, 반듯한 사업을 하던 사장님. 사업실패로 회사가 문을 닫자, 거리로 나왔다. 평일엔 건설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주말엔 동묘시장에서 노점상을 한다. 그가 거리에 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이는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가족들. 아직 어린 세 아이들의 아버지인 장철호 씨는 화창한 주말, 여전히 동묘시장 골목에서 좌판을 펼친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낡은 고물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노점상들이 설 곳도 점점 사라진다.풍전등화와 같은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길 위의 인생들. 그들의 삶 속에서 찾은 보물 같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는 동묘시장에서의 3일이다.
‘처음 노점을 할 때는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 적응이 안 됐어요.
근데 제가 애가 셋이거든요. 아들만.
장가를 늦게 가서 큰 애가 지금 고3, 고1 막내가 초6.
그래서 일용직부터 장사까지 하게 됐죠.
나도 꿈을 갖고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잘 나가는 가게의 사장이었지만, 지금은 또 노점의 사장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영원히 CEO입니다.’
- 장철호 (55세)-
110214 다큐3일 - 고물과 보물 사이 - 동묘 벼룩시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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