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0일 월요일

141109 SBS 스페셜 380회 다시보기,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

 

110914 SBS 스페셜 -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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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과 기억의 갈림길에서

2014년 10월, 팽목항에서는 기억과 망각이 충돌하고 있었다.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은 딸을 위해 팽목항을 찾을 때면 언제나 아침상을 차려주었던 지현이 부모님. 아직 돌아오지 않은 이들의 귀환을 염원하는 마음을 노란리본에 담은 사람들. 그들을 향해 ‘이제는 그만 하자’고 말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게는 어떻게든 붙들고 싶은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놓고 싶은 기억이었다.

무엇을 망각하고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이 질문은 지난 수십 년간 크고 작은 재난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우리사회의 문제와 첨예하게 맞닿아 있다.

서해훼리호 침몰,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우면산 산사태 등 각종 재난이 드러낸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은 제대로 기억되지 못했고, 망각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의 재난의 비극은 수도 없이 되풀이됐다.

과거와 다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는 현재의 재난에서 무엇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기억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망각과 기억의 갈림길에 선 지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sbs스페셜>에서는 SBS 미래한국리포트 특집으로 공공성을 회복하고 착한성장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기억하고 실천해야 하는 지 보여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들의 재난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 재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위험 ? 방사선위생학자 키무라 신조

후쿠시마시는 2011년 원전 폭발이 있었던 곳. 여전히 이곳의 대기 중 방사능 수치는 일본정부에서 발표한 기준치를 훨씬 웃돌고 있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자신들이 처한 위험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망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위생학자 키무라 신조 씨는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후쿠시마시를 돌아다니며 피폭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 역시 피폭을 당해 현재는 갑상선 병을 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 조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진실을 알리고 사람들의 기억을 지속시키기 위해서이다.

 

▶ 기억에도 유지ㆍ보수가 필요하다 ? 오오즈치 마을의 목비 프로젝트

동일본 대지진 때 쓰나미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이와테 현의 오오즈치 마을. 당시 중학생이었던 요시다 유사쿠 군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마을을 둘러보던 중 의외의 물건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반세기 전에 앞서 쓰나미를 겪었던 조상들이 남겨놓은 석비였다. 재난의 기록은 언제나 마을 안에 존재하고 있었음에도 관리 소홀과 무관심으로 인해 기억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석비의 경우에는 세우는 것으로 끝이에요. 나무는 썩기 때문에 새로 교체할 때 재해에 대한 기억을 후세에 전달하고 싶어 목비를 세우게 됐습니다.”

유사쿠 군은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을 기억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목비를 세웠다. 앞으로 이곳 사람들은 목비를 재정비할 때마다 동일본 대지진의 교훈을 되새기게 될 것이다.

독일 시민사회가 재난의 기억을 발전시키는 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최악의 참사로 꼽히는 1998년 에쉐대 열차사고. 101명의 희생자를 낳은 재난은 단 하나의 기차 바퀴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독일철도청은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새로운 바퀴를 도입했는데, 그 바퀴를 두고 철도청 안팎에서 여러 차례 안전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독일철도청은 이를 무시했고 정비마저 허술하게 함으로써 사상 최악의 열차사고를 초래하고 말았다. 사고 이후에도, 철도청은 자신들의 책임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고 4년여에 걸쳐 끝난 재판도 사고 책임자를 철저하게 규명하진 못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이는 비극입니다. 하지만 사고로부터 배우지 않는 것은 범죄입니다.” 
- 미란다 슈로어 베를린자유대학 교수

비록 재판은 끝났지만, 에쉐데 열차사고의 교훈을 기억하기 위한 독일 시민사회의 노력은 멈추지 않았다. 피해가족 단체, 사고 당시의 구조 담당 의사, 유가족측 변호사 등 사고 관계자 외에도 지역 저널리스트, 밴드 등 사고와 무관한 개인과 단체들은 이 재난사고를 기억에 남기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노력했다.

그 결과, 피해가족들은 15년 만에 독일철도청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을 수 있었으며, 에쉐데 사고의 교훈은 독일 사회내의 안전의식과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10914 SBS 스페셜 - 망각의 시간, 기억의 시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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