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윈도 뒤에서
- 의류벤더 72시간
강남 한복판에 재봉틀이 돌아가는 곳이 있다.
양복차림 직장인들이 재단가위를 들고 뛰어다닌다.
의류벤더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다큐멘터리 3일 - 쇼윈도 뒤에서, 의류벤더 72시간 12/21 #2
영상링크▶ http://goo.gl/UYN3NF
해외 유명브랜드 옷이 만들어지는 시발점, 의류벤더!
바이어의 주문서 한 장이 수 만 벌의 옷이 되어 수출되기 까지
치열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한 3일이다.
■ 미국인이라면 한 벌씩 있는 옷
바이어의 주문서 한 장을 수 만 벌의 옷으로 탄생시키는 곳. 의류벤더는 주문자 위탁 생산방식(OEM)으로 옷을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 수출하는 회사다. 우리나라 의류벤더들의 최대 수출지는 미국. 미국인 대부분은 이렇게 만들어진 옷을 한 벌쯤 갖고 있다.
우리가 찾아간 강남 한복판 의류벤더 건물에는 시제품을 만들기 위한 재봉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GAP, ZARA, DKNY, MANGO등 유명 해외브랜드의 옷은 이곳에서 시제품을 제작한 후 대량생산으로 이어진다. 바이어에게 제작 승인을 받기 위해 5~6번 시제품을 만들어 검수 받는 것은 기본. 원단과 부자재 확보, 내구성 점검을 거쳐 제품을 대량 생산해 선적하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 의류벤더의 역할이다. 시제품으로 제작되는 100여 벌의 옷 중 해외 매장에 진열되는 건 5벌 내외. 한 벌의 옷이라도 쇼윈도에 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류벤더의 72시간이다.
■ 시간을 달리는 신입사원
오후 6시 18분, 비상계단을 오르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해외영업팀의 신입사원들이 시제품을 제작하는 17층 공정 실로 들이닥쳐 급히 옷가지를 챙긴다.
6시 30분까지 해외 배송업체에 시제품을 맡겨야 하는 것. 이 순간을 놓치면 바이어와 약속한 납기일을 지킬 수 없다. 조금만 늦어도 계약을 못하게 되거나 해외 생산 공장이 멈출 수도 있는 상황. 쪽가위를 집어 들고 실밥을 정리하는 신입사원의 손끝은 떨리고 배송기사는 곧 떠나려 한다.
해외영업팀 직원이 되면 멋진 양복을 입고 해외 바이어를 만나 계약을 성사시킬 줄 알았다는 김경완 씨. 그가 출근 첫날 받은 것은 줄자와 재단 가위였다. 의류벤더에서 근무하는 1~3년차 사원들의 핵심 업무는 시제품 제작의 관리다. 옷을 만드는 과정을 알아야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완씨의 보물 1호는 실수 노트.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일하며 잘못한 일들을 적어두었다. 노트가 채워질수록 그의 책임감과 노하우도 함께 쌓여간다.
" 처음 들어왔을 때 색깔이 똑같아 보이는 원단이 2가지 있었어요.
서로 다른 색깔의 원단이었는데 제가 이 둘을 섞어 옷을 만든 거예요,
뒤늦게 발견하고 다시 옷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뜯어서
맞는 색깔 원단으로 고쳐 달아야 했어요.
그때 생각하면 다시 실수 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밤에 혼자 이렇게 쪽가위로 뜯고 그랬었거든요."
-김경완_27세/입사 1년차 사원-
■ 베테랑과 불량엄마 사이
해외영업 3팀 과장 박소희씨.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옷을 만드는 게 좋아 이 회사에서 일한지 9년이 되었다.의류벤더의 꽃이라는 해외영업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한숨이 떠나지 않는다. 3일 뒤 홍콩에서 열리는 바이어 회의 때문이다. 매번 한국에서 회의를 진행하던 바이어가 이번엔 홍콩으로 벤더들을 불러 모았다. 국내외 벤더들이 경쟁하는 자리에 시제품을 들고나가 수주를 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다. 긴장되는 상황 속에 바이어가 일정을 일주일이나 앞당겼고 5개월 차인 신입사원은 시제품제작 실수를 반복한다.
결혼 7년차, 가정도 회사도 무엇 하나 버릴 수 없는 욕심쟁이 워킹 맘. 매일 이어지는 야근에 두 살배기 딸은 자는 모습만 본 지 며칠 째다. 한창 엄마를 찾을 나이에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불량엄마 박소희씨는 바이어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 좋아서겠죠, 안 좋으면 그 일 못하잖아요.
좋아하는 일로 행복해지는 게 마지막 목표입니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있고, 결혼도 했고, 아기도 있으니까...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고요.”
-박소희 _37세 /입사 9년차 과장-
다큐멘터리 3일 - 쇼윈도 뒤에서, 의류벤더 72시간 12/2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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