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신선할 정도다. 무리한 전개가 당황스러운 정도를 지나 난감하다.
지난 15일 오후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 연출 윤재문) 36회에서는
딸 장미(한선화)와 차돌(이장우)의 관계를 눈치챈 만종(정보석)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장미는 만종에게 "기획사와 계약 기간이 끝나면 연예인 그만 두고 차돌 오빠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만종은 뜻을 굽히지 않는 두 사람에 분노했다. 대신 두 사람의 딸 초롱(이고은)에 접근했다.
만종은 초롱이를 빌미로 차돌을 협박했고, 차돌은 만종의 요구대로 장미에게 전화해 헤어지자고 말했다.
021615 장미빛 연인들 제36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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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은 딸을 위한다는 이유로 외손녀인 초롱이를 사실상 납치했다. 물론 초롱이를 해치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가 외손녀를 볼모로 잡는다는 것 자체가 불편한 설정이었다.
결국 만종은 목표를 달성했고, 집으로 돌아온 만종에게 만종의 어머니 방실(김영옥)은 전말을 알고서도
"그래 잘했다"고 말했다.
황당한 전개는 끝나지 않았다. 장미는 만종의 만행을 알고 극단적인 행동을 보였다.
갑자기 유리컵을 사방으로 던진 후 깨진 유리조각을 집어 들어 자신의 손에서 피가 나게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며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심리 상태를 강조하는 장치였지만,
주말 안방극장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하는지는 의문이었다.
인물들도 쉽게 공감할 수 없았다. 장미는 자신이 낳은 딸을 버린 후 도망쳤고, 이후에도 비정한 모습을 보여줬다.
차돌은 그런 장미를 보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썼다. 두 사람의 애정은 돌연 회복됐다.
차돌은 만종에게 "어렵게 만난 만큼 포기하지 않겠다"고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듯 했지만,
초롱이가 연루되자 곧바로 장미를 포기했다.
가족들에게 다짜고짜 손부터 올리는 탐욕스러운 만종이나, 동화 '신데렐라' 속 새엄마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내(이미숙)을 구박하는 필순(반효정) 등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이밖에도 아내와 남편이 있는 중년 캐릭터 사이에서 묘하게 흐르는 로맨스는 불륜을 연상케 했다.
연화(장미희)에게 끌리는 만종이 대표적이었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빛났다. 한선화는 실성한 듯한 장미의 상황에 몰입해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줬고,
정보석은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인 가장의 모습을 여실히 펼쳐보였다.
이날 방송 말미 장미는 건너편의 트럭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도로를 역주행하고
있던 그였다. 지금까지 흐름으로 두고 본다면 장미가 사고로 죽었다가 부활하는 것도 '장미빛 연인들'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외할아버지가 외손녀를 납치하는 것도 용인되는 것처럼 말이다.
021615 장미빛 연인들 제36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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