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각색한 20부작 tvN 드라마 '미생' 이 종영됐습니다.
12월 20일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연출 김원석) 마지막회 20회는 다시 한 팀이 된
장그래(임시완 분) 오상식(이성민 분)을 중심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원인터내셔널을 나간 오상식은 사직했던 김부장(김종수 분)과 함께 회사를 차렸고 스스로의 길을
만들며 걸어 나갔고 그 뒤를 원인터내셔널과 계약을 끝낸 장그래가 이었습니다.
12/20 미생 20회 마지막회 #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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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 버려진 것이다"라는 장그래의 절망적 독백으로 시작됐던
tvN '미생'은 그 끝에서 희망을 말했습니다.
물론 현실은 거의 바뀌지 않았고 드라마도 이를 인정했습니다.
장그래는 원인터내셔널에서 2년간 눈부신 성장과 성과를 보였음에도 스펙 미달이란
출발선부터 다른 조건으로 재계약에 실패했습니다.
오상식은 그의 숨통을 옥죄던 원인터내셔널을 나왔지만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여야한단 사실은 변함없었습니다.
tvN '미생'은 마지막회에서 장그래를 도우려던 한석율(변요한 분) 장백기(강하늘 분)
안영이(강소라 분) 선차장(신은정 분) 등의 헌신적 노력이 실패하는 현실을 포착해냈습니다.
다만 원인터내셔널 밖에서 새롭게 뭉친 오상식 장그래 김동식(김대명 분)을 제시,
하나의 문이 닫혔다면 다른 문이 열린다고 읊조렸습니다.
이는 드라마 '미생' 오리지널 에피소드, 에필로그 편의 장그래 오상식의 과거 장례식장 인연을 통해 다시 언급됐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고 절망에 빠졌던 장그래 오상식은 수년 뒤 서로가 서로에게 빈틈을 채워주는 인연으로 재회했습니다.
결국 tvN '미생'에서 사람의 마지막 희망은 '사람'이었습니다.
드라마는 그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 아직 못 만났을 뿐이라고 지적하며 영혼과 자존심까지
내놓으란 혹독한 현실에 무릎을 꿇지는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내 인프라는 나 자신"이라는 말로 마지막을 장식한 웹툰 원작과도 일맥상통 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이처럼 tvN '미생'은 원작이 말하고자 했던 핵심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에서 드라마를 각색, 표현했습니다.
드라마 1국과 원작의 첫 장 '착수'를 모두 장식했던 장그래의
"열심히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안 해서인 걸로 생각하겠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뿐이다"란
명대사,"너희 애 때문에 우리 애만 혼났잖아"란 딱풀 에피소드,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란 오상식 퇴직 선배의 조언, "잊지 말자. 나는 어머니의 자부심이다"란
장그래 모자의 눈물신 등은 드라마를 통해 리얼하게 되살아났고 시청자들 가슴을 헤집었습니다.
드라마 '미생'은 인턴 PPT, 박과장(김희원 분) 요르단 중고차 비리,
장그래의 계약직 설움, 최전무(이경영 분)의 경질, 장그래 재계약 실패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부터
박대리(최귀화 분) 선차장(신은정 분) 마부장(손종학 분)의 소소한
에피소드들까지 고르게 다루며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재현해냈습니다.
만약 tvN '미생'이 여기서 멈췄다면 원작의 '모방' '모사'란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은 오리지널 에피소드인 장그래 꼴뚜기 사건, 선차장 응급실 사건,
한석율(변요한 분)과 현장직 근로자들의 충돌, 오상식 2차접대 갈등, 장백기 장그래 충돌 등을 덧붙여 세계를
더 확장시켰습니다. 다양한 갈등과 그 갈등의 원인이 됐던 서로 다른 사람들을 부각시키며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그로 인해 원작에서 희미한 느낌의 비 주연 캐릭터들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주인공이 되며 전체 이야기는 더욱 더 풍성해졌습니다.
드라마의 감정선 역시 원작보다 진해졌다. 오상식 장그래는 물론, 장그래와 입사동기 3인방,
오상식과 최전무(이경영 분), 장그래와 영업3팀 등의 관계는 다이나믹하게 그려졌습니다.
심지어 오상식은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그 기회를 탐내는 욕심도 허락받지 못한 장그래를 위해,
무리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영업3팀 김동식 천관웅(박해준 분)은 암묵적으로 이에 동의했고,
마지막에 마지막 순간에는 한석율 장백기 안영이도 지원사격에 나섰습니다.
'미생'이 결말로 다가갈수록 캐릭터들은 뜨거워졌고 감정은 격해졌습니다.
이는 지난 11월 29일 방송된 드라마 '미생'의 오리지널 에피소드, 16회 오상식 선차장 대화에서 촉발됐습니다.
과거 오상식은 촉망받는 재능의 젊은 후배가 비정규직이란 보호받지 못하는
신분 탓에 윗선의 잘못을 뒤집어쓰고 쫓겨나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때 오상식은 자기계발서나 윤리책에
적힌 구구절절한 희망의 말이 무용지물인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이에 오상식은 과거 그 후배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 앞에 선 장그래에게 일부러 모질게 대했습니다.
오상식은 "은지 때보다 더 어려운 시대이지 않냐. 대책 없는 희망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냐"고 장그래 정규직 전환 문제에 있어서만은 독하게 굴었습니다.
그러나 오상식이야말로 그 대책 없는 희망에 장그래 본인보다 절실하게 매달렸습니다.
오상식은 그의 원인터내셔널 퇴사로 상황이 종결되기까지 장그래 정규직 전환을 포기 못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현실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 오상식 자신을 포기 못했습니다.
이는 실낱같은 희망일지라도 놓지 못하고 몸부림치는 이 시대 미생들에 대한 하나의 극적표현 장치가 됐습니다.
그 무수한 노력과 희생에도 현실은 여전히 어두컴컴했습니다.
하지만 길은 걷는 사람들만의 것이지 걷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 허락되진 않았습니다.
이를 드라마 '미생'은 요르단 에피소드 장그래의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표현, 원작 '미생'의 본질로 회귀했습니다.
한편 tvN '미생' 종영 이후 제작과정 특별 다큐 2회,
미생특집 택시 2회가 전파를 타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예정입니다.
'미생' 후속으로 이윤정PD의 프리랜서 선언 후 첫 작품인 16부작 tvN 금토드라마 '하트 투 하트'(극본 이정아)가 방송됩니다.
12/20 미생 20회 마지막회 #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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